재난방송음향시설 법제화 절실

대형공공놀이시설, 공항대합실, 기차대합실, 계곡, 해수욕장, 마을방송,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어보면 대부분 전해주는 방송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전철 내에서 도착역 안내를 해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자막으로 보여주는 문자 안내를 확인해야 안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음향 시설기준은 스피커 출력 중심으로 설치하게 되어있어 소리만 적당하게 나면 되게 되어있다. 즉 소리를 명료하게 들려줄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안내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해 잘못 내리면 다시 타면 되지만 그 안내방송이 비상 재난발생 시 대피를 알리는 방송이라면 심각하지 않을까 본다. 잘 듣지를 못해 제대로 대처를 못하면 생명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안내방송 기준은 주변의 소음과 방송이 되는 공간의 소리특성까지 고려하여 방송음향시스템을 설비한다. 영상 모니터는 어느 공간에서 보나 영상 모니터의 특성에 따라 그대로 그 영상의 명료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피커는 소리를 내는 공간에 따라 소리가 바뀐다. 어떤 스피커이든 강당에 놓으면 강당 소리가 나고 동굴에 놓으면 동굴 소리가 난다. 즉 스피커에서 나오는 직접음 뿐만 아니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의 반사음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같이 듣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방송음향시스템을 설치해도 공간의 반사음 특성이 적절하지 못하고, 공간 내부에서 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형태의 잡음이 발생하면 소리의 명료도가 떨어져 소리는 있어도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리가 재난을 알리는 대피방송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선진국은 방송음향시스템 시설을 할 때 화장실 빼고는 거의 시설 기준안이 있다. 강의실도 크기에 따라 적정 잔향시간이 다르고 각 공간의 특성에 따라 잡음과 소리명료도 기준이 마련되어 이에 따라 시설을 한다. 즉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의 명료도를 얻기 위한 것이다. 소리 명료도 기준으로 시설을 하면 소리가 작아도 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고, 소리를 스피커의 출력 중심으로 시설하면 소리는 커도 소리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더욱이 선진국은 화재 발생 시 재난대피방송을 대피 골든타임에 방송이 되게 하여 명료도 있는 소리로 사람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진 등으로 전력이 차단되어도 대피할 수 있는 시간동안에는 비상전력으로 안내방송을 송출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스피커 출력이 얼마이상 되면 되고 소리가 유효하게 경보되면 된다는 막연한 지침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정량적 시설 기준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재난에 대한 것이 크게 이슈화 되고 있기에 더욱 더 재난방송에 대한 기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소리가 단순히 들리면 되는 기준에서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 명료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기음향 중심의 시설 기준에서 건축음향까지도 고려하는 시설 기준안이 마련되어야한다. 점점 지구의 환경변화에 따라 재난의 빈도는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고 도시화에 따른 다양한 대형 공공시설에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대책이 점점 절실하다.

또한 새로운 재난방송시설 기준안이 마련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방송기술이 확보되어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문 인력 육성으로 새로운 일거리 창출로 연결되고 청년 실업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선진국은 소리를 명료도 중심으로 시설하기 위해 사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리명료도 결과를 문서화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규정이 마련되면 이러한 소리최적화 기술발달로 인해 소리 최적화기술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분야로 육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

명료도 있는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소리의 품질이다. 명료도 있는 소리로 시설하여 방송 시 전달메시지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게 하고, 소리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준안 마련이 시급히 법제화되어한다고 본다.

김재평 대림대 방송음향영상과 교수, 한국방송장비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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